좋은 물건을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다가 결국 못 쓰는 이유
거의 모든 집에 이런 칸이 하나쯤 있습니다. 그릇 세트, 좋은 술 한 병, 표지가 예쁜 노트가 그만한 자격이 있는 날을 위해 따로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그 날은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물건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사이 일상용 대체품이 하나 더 생겨서 닳도록 쓰이고, 또 새로 사들입니다. 쓰지 않고 아껴두는 건 사실 날짜를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고, 그게 뭔지 알아차려야 그 물건이 비로소 칸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특별한 날"은 애초에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이어야 쓸 만하냐고 물으면, 대답은 대체로 애매합니다. "정말 중요할 때", "적당한 순간에". 이 애매함 자체가 단서입니다. 절대 충족될 수 없는 기준은 애초에 충족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 아닙니다. "아껴둔다"가 실제로 막고 있는 건 자격 없는 날이 아니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좋은 비누는 쓰면 닳고, 좋은 펜은 쓰면 잉크가 마를 수 있고, 좋은 옷은 입으면 얼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쓰지 않는 물건은 닳지도, 더러워지지도, 다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특별한 날을 기다린다는 건, 그 물건을 쓰는 것보다 그냥 갖고 있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다린다고 물건이 더 좋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물건을 일상에는 너무 아깝다고 여기는 감각은, 그렇게 하면 그 물건이 "보존"되고 있다고 전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째 개켜져 있는 옷감에는 입어서 생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접힌 자국과 변색이 생깁니다. 입어본 즐거움만 빠진 채로요. 스킨케어나 비누는 뜯지 않아도 유통기한이 흘러갑니다. 완벽한 저녁 식사를 위해 아껴둔 와인은 정작 가장 맛있을 시기를 술장에서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합니다. 기다림은 대개 노화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그 노화를 눈에 안 띄는 곳으로 옮겨놓을 뿐입니다. 잃을 건 결국 잃고, 그 좋은 시기를 제대로 누린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됩니다.
이게 물건을 줄이기는커녕 더 늘리는 방식
여기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아껴둔" 물건은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상은 그것대로 자기 몫이 필요합니다. 좋은 머그컵은 아껴두고 이 빠진 컵으로 매일 커피를 마십니다. 좋은 노트는 아껴두고 실제로 쓸 싼 노트를 따로 삽니다. 아껴둔 물건은 원래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넣어두고 먼지만 닦아주는 여분의 물건이 되고, 실제로 제 몫을 하는 건 그 "대신" 산 물건입니다. 물건 하나가 어느새 둘이 됩니다 — 손대지 않은 원래 물건과,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일상용 물건. 그런데 둘 다 제대로 누려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을 뚫고 나가는 간단한 질문
오늘 그걸 쓰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잃게 되는지 물어보세요. 저녁 먹고 좋은 그릇 하나를 씻는 수고는 평범한 그릇을 씻는 것과 똑같이 몇 분입니다. 별일 없는 화요일에 좋은 스웨터를 입어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잃을 건 거의 없습니다. "아껴둔" 물건 대부분은 실제로 써봤을 때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 비용은 대개 나중에 상상으로 덧붙여져서, 계속 기다리는 걸 그럴듯하게 만들 뿐입니다. 다만 정말로 비용이 실재하는 물건도 일부 있습니다 — 대체 불가능한 것, 일상적으로 쓰면 정말로 상하는 것 — 이런 것들은 그냥 손대지 않고 방치하기보다, 의식적으로 신중하게 다룰 가치가 있습니다.
기다리는 대신 할 수 있는 일
그 칸에 있는 물건 대부분은, 아무 날도 아닌 어느 날 한번 써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게 답입니다. 평범한 화요일에 좋은 커피를 마셔보세요. 노트는 장보기 목록을 적는 데 써보세요. 대부분은 아무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물건은 마침내 원래 하려던 일을 하게 됩니다. 그게 몇 년 동안 장식장 문 너머로 바라만 보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입니다. 일상과는 정말 안 맞는 소수의 물건들 — 웨딩드레스나, 특정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는 물건 — 에 대해서도 답은 계속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그 상황이 정말로 다시 올지 솔직하게 판단하고, 오지 않을 거라면 "아껴두는" 게 아니라 실제로 써줄 다른 누군가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물건이 목록 위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아껴둔" 물건의 까다로운 점은, 칸에 놓여 있어도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알뜰하고 절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사용일은 이 기다림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3년째 손대지 않은 그릇 세트와, 매일 써서 모서리가 닳은 세트를 나란히 놓으면, 어느 쪽이 실제로 제 몫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드러납니다. 이게 바로 Kept의 미사용 목록이 하려는 일이기도 합니다 — 억지로 뭔가를 버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오래 "아껴둔" 상태로 남아 있던 물건에 정직한 날수를 붙여주는 것. 그러면 결국 쓸지 놓을지는 얼렁뚱땅 흘러가는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내린 결정이 됩니다.
잘 되고 있을 때는 이런 모습입니다
집에 좋은 물건이 하나도 안 남는 것도 아니고, 뭐든 당장 다 써버려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머그컵이 다시 매일 쓰는 컵들 사이로 돌아오고, 장식장에는 "보기만 하는" 물건이 줄어들고, 다음에 새 물건이 집에 들어올 때 — 이게 정말 쓰일 물건인지, 아니면 오지 않을 날을 또 기다리는 장식품이 될지 —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것. 그런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