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타는 자전거, 이제 어떻게 할까
자전거는 여느 잡동사니와는 다르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샀고, 지금도 멀쩡히 굴러가고, 무엇보다 덩치가 커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는 게 불가능하다. 현관이나 베란다를 지날 때마다 눈에 걸리고,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작은 협상을 벌인다. 이번 주말엔 타야지, 날씨가 풀리면. 그리고 그 협상은 거의 매번 같은 결론으로 끝난다. 오늘은 아니다.
왜 유독 자전거는 버리기 어려울까
작은 물건은 서랍 안에서 조용히 잊힌다. 자전거는 그럴 수가 없다. 매일 시야에 들어오고, 매일 다시 결정을 요구한다. 그 결정이 미뤄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돈이다. 싸게 산 자전거는 없다. 몇십만 원, 어쩌면 백만 원 단위의 지출이 걸려 있고,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두 번째는 "아직 멀쩡하다"는 사실이다. 깨진 케이스나 낡은 옷을 버리는 건 아깝지 않은데, 여전히 잘 굴러가는 물건을 내보내는 건 어쩐지 낭비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은 정체성이다. 그 자전거는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사람", "주말마다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와 묶여 있다. 자전거를 놓아버리는 게 그 버전의 나를 놓아버리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시 탈까"보다 정직한 질문
"언젠가 다시 탈까"는 사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미래의 내 의지를 지금의 내가 장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훨씬 정직하고 답하기 쉬운 질문은 따로 있다. 마지막으로 탄 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부터 다음 계절 사이에 그 자전거를 다시 꺼낼 만한 구체적인 계기가 있는지다. 같이 탈 친구가 생겼다거나, 출퇴근 경로가 곧 바뀐다거나, 이미 신청해둔 라이딩 행사가 있다거나 하는 식의 명확한 사건 말이다. 막연한 기대는 계기가 아니다.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구체적인 일정만이 계기다. 판단이 애매할 때 쓸 만한 방법이 하나 있다. 지금 당장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면, 정비소에 들고 가서 고칠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안 타는 자전거인데 귀찮다고 느낄 것인가. 대부분은 이 질문에 이미 답을 알고 있다.
1년을 세워둔 자전거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
"혹시 몰라서" 보관하는 자전거는 사실 생각만큼 준비된 상태가 아니다. 오래 세워두면 타이어는 바람이 빠지고 고무가 삭아 갈라지기 쉽다. 기름칠을 못 받은 체인은 녹이 슬고, 브레이크 패드는 굳는다. 오래 변속을 안 한 디레일러는 다시 부드럽게 넘어가려면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큰돈이 드는 수리는 아니지만, 이 사실이 알려주는 게 하나 있다. "일단 보관해두자"는 선택이 실제로는 아무 비용 없는 대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자전거는 지금 당장 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타기 전에 정비소부터 들러야 하는 상태다. 진짜 선택지는 "그대로 두기 대 지금 정리하기"가 아니라 "정비소에 다녀오기 대 지금 정리하기"에 더 가깝다.
자전거가 실제로 갈 수 있는 곳들
자전거는 정리 대상 중에서도 특이한 축에 속한다. 몇 년이 지나도 되팔 가치가 꽤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경로를 진지하게 비교해볼 만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판매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사진 몇 장과 솔직한 상태 설명을 올려 직접 파는 방법도 있고, 중고 자전거를 매입하거나 위탁판매를 받아주는 자전거 매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기부도 좋은 선택이다. 지역 자전거 나눔 프로그램이나 기증받은 자전거를 정비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장을 통하면, 그 자전거는 누군가의 진짜 이동 수단이 된다. 특정한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도 종종 가장 빠르고 마음이 가벼운 방법이다. 곧 지금 타는 자전거가 작아질 아이, 최근에 자전거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던 이웃처럼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쪽으로 먼저 물어보는 게 낫다. 누가 그걸로 이득을 볼지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휘었거나 녹이 심하게 슬어 정말로 탈 수 없는 상태라면, 프레임만 따로 받아주는 고철 재활용업체나 자전거 매장을 통해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대로 두는 게 맞을 때도 있다
여름마다 꺼내 타고 겨울엔 넣어두는 자전거는 방치된 게 아니라 계절을 타는 것뿐이다. 이건 잊힌 물건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구체적인 계획과 묶여 있는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특정 대회를 준비하며 훈련 중이거나, 아이가 한 계절만 더 크면 딱 맞을 자전거라면, 그건 죄책감 때문에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목적을 갖고 보관하는 것이다. 결국 기준은 하나다. 그 자전거를 다시 꺼내게 만들 구체적인 계기를 이름 붙여 말할 수 있는지, 아니면 "언젠가는"이라는 말이 모든 일을 대신하고 있는지.
숫자로 확인하면 쉬워진다
자전거처럼 크고 어쩌다 한 번 쓰는 물건은 계속 처리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고, 심지어 내가 그걸 보관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기 쉽다. Kept의 미사용 일수 표시는 이런 물건에 잘 맞는다. 물건마다 "마지막 사용일"을 기록해두면, "꽤 오래된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느낌이 실제 날짜와 숫자로 바뀌어서, 판단이 훨씬 쉬워진다.
결국 달라지는 건
정리의 끝이 꼭 텅 빈 벽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엔 같은 자전거가 지난봄이 아니라 지난 주말에 탄 자전거로 바뀌는 것으로 끝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자전거가 떠나고 그 자리가 다시 쓸모를 찾는 것으로 끝난다. 어느 쪽이든 달라지는 건 물건 자체가 아니라, 매일 마주치던 그 질문이 마침내 닫힌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