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유통기한, 표 안 만들고 관리하는 법
스킨케어 제품은 거의 다 써서 버려지는 법이 없다. 사고, 한동안 쓰고, 더 새로운 것에 밀려나고, 화장대 안쪽에 놓인 채로 있다가 어느 날 뚜껑을 열어 보면 냄새가 이상하거나 질감이 분리되어 있거나 색이 변해 있다 — 그렇게 버려진다. 낭비는 쓰는 동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열어 놓고 쓰지 않는 그 상태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상태를 챙겨서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스에 적힌 날짜는 봐야 할 날짜가 아니다
포장에 인쇄된 날짜는 대개 미개봉 상태의 유통기한이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숫자는 이미 의미가 없다 — 벌써 뜯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명을 결정하는 건 개봉 이후의 시간이다. 포장에 작은 통 모양 아이콘 안에 6M, 12M, 24M 같은 숫자가 적혀 있는 걸 본 적 있을 텐데, 개봉 후 이 개월 수 안에 다 쓰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숫자가 쓸모 있으려면 언제 개봉했는지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럼 하나를 몇 주 쓰다가 서랍에 넣어 두고, 석 달 뒤에 다시 꺼내 두어 번 쓰고, 또 넣어 둔다 — 이런 식이면 기억만으로 개봉한 지 얼마나 됐는지 정직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 정작 없었던 건 지식이 아니라 시간의 기준점이었던 셈이다.
수분이 많고 활성 성분이 들어간 제품일수록 먼저 상한다. 로션, 선크림, 비타민C 세럼,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개봉한 시트마스크 같은 것들이다. 오일 베이스 제품이나 압축 파우더는 상대적으로 오래간다. 이 대략적인 순서만 알고 있어도 모든 제품을 똑같이 급한 것처럼 취급하지 않아도 된다.
여분과 샘플이 가장 먼저 상하는 이유
세일 때 세 개를 한꺼번에 사는 게 이득이려면, 유통기한 안에 세 개를 다 쓸 수 있어야 한다. 세럼 세 개를 사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화장대 안에서 일 년 넘게 기다리게 되고, 그 기다리는 동안에도 미개봉 유통기한은 계속 흘러간다. 결국 세 번째를 열 때쯤엔 이미 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수 있다.
샘플, 사은품, 여행용 사이즈는 더 심하다. 작아서 자리를 안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쓸지 말지 판단할 계기가 아예 생기지 않고, 서랍 안에 그냥 계속 쌓인다. 대부분 포장이 너무 작아 제조일도 안 적혀 있어서, 막상 쓰려고 하면 아직 괜찮은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진짜 비용은 샘플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서랍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는 데 있다 — 서랍을 열면 목록이 아니라 그냥 무더기가 보인다.
"개봉했지만 안 쓰는" 상태가 가장 아깝다
많은 사람이 세럼 세 개, 로션 두 개, 립스틱 네 가지 색을 동시에 돌려 쓴다. 돌려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부작용인데, 쓰는 양이 여러 제품에 나뉘면서 하나를 다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래 석 달이면 끝났을 제품이 열 달까지 걸려도, 개봉하는 순간부터 흐르기 시작한 시계는 천천히 쓴다고 천천히 가지 않는다.
이게 스킨케어가 다른 물건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올해 안 입은 옷은 내년에도 입을 수 있다. 올해 안 쓴 세럼은 내년이 되면 같은 세럼이 아니다. 그래서 스킨케어에서는 방치가 단순히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눈여겨볼 신호는 방치된 기간 자체다. 두 달째 손대지 않았다면 기한이 오기 전에 다 쓸 가능성은 낮다. 상한 걸 발견하고 나서가 아니라, 그 시점에 바디로션으로 대신 쓰거나 남에게 주거나 정리하는 게 낫다.
표 없이도 이 정도만 기록하면 충분하다
- 대략 언제 개봉했는지. 날짜까지는 필요 없고 월만 알아도 충분하다.
- 같은 제품의 미개봉 여분이 몇 개 있는지. 세일 때 하나 더 살지 말지는 이것만으로 판단된다.
- 최근에 실제로 쓰고 있는지. 유통기한보다 이게 문제 있는 제품을 더 잘 걸러낸다.
Kept를 쓰면 이 세 가지를 부담 없이 챙길 수 있다. 화장대를 한 번 찍으면 여러 개를 한꺼번에 인식해서 등록할 수 있어서, 서랍 하나 분량의 재고도 십 분이면 기록이 끝난다. 사기 전에 검색하는 습관이 있으면 라이브 방송 세일에서 같은 로션을 네 번째로 쌓아 두는 일도 없다. 모든 물건에 미사용 일수가 붙기 때문에, 두 달째 손대지 않은 제품은 서랍을 뒤지지 않아도 저절로 드러난다. 집사 앤에게 집에 뭐가 있는지 직접 물어봐도 된다.
"관리되고 있다"는 건 어떤 상태인가
화장대를 텅 비우는 것도, 병마다 라벨을 붙이는 것도 아니다. 다음 걸 주문하기 전에 같은 제품이 집에 대략 몇 개 있는지, 대략 언제 열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더니 이미 상해 있더라 — 그런 일이 더는 생기지 않는 것이다. 안 쓰게 된 제품이 기한을 넘기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처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