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대학 전공책, 어떻게 정리할까
전공책은 살면서 가지게 되는 물건 중에서도 꽤 이상한 축에 속한다. 책장에 있는 거의 어떤 책보다 비싸게 샀는데, 제대로 본 건 아마 삼분의 일 정도이고, 학기가 끝나는 순간 그걸 펼칠 이유도 같이 끝나버린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거기 꽂혀 있고, 6장 이후로는 편 흔적조차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걸 버리는 일은 책장 정리라기보다, 그 돈이 그냥 날아갔다는 걸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진짜고,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게 기말고사 이후로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전공책이 보통 책보다 더 놓기 힘든 이유
안 읽은 소설은 이루지 못한 계획에 대한 죄책감을 건드린다. 전공책은 정반대의 무게를 갖는다. 실제로 공부했고, 그 수업을 통과했고, 이 책은 결과가 있었던 노력의 증거로 남아 있는 물건이다. 버리는 건 그 증거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게다가 그 시기에 산 것 중 가장 비쌌던 물건이라는 사실까지 겹친다. 어떤 전공은 한 겹이 더 있다. 대학원, 관련 직종, 언젠가 동생에게 같은 수업을 가르쳐줄 일——그 책이 "언젠가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는 나"를 대표하고 있는 경우다. 다 비합리적인 감정은 아니다. 다만 "요즘 안 썼다"와는 종류가 다른 애착이고, 지금 죄책감이 던지고 있는 질문보다 더 솔직한 질문을 받을 자격이 있다.
솔직한 질문은 "언젠가 필요할지도"가 아니다
"참고용으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론적으로는 거의 모든 책이 언젠가 쓸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훨씬 좁다. 그 수업이 끝난 뒤 지금까지, 바로 이 책——이 과목이 아니라 이 책, 이 판, 이 페이지——을 손에 든 구체적인 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 대부분의 전공책은 솔직한 답이 "없었다"이다. 나중에 실제로 쓰이는 건 그때 배운 내용이나 자기가 정리한 필기지, 마감에 쫓기며 한 번 훑어본 남의 글 사백 페이지가 아니다.
정말 남길 가치가 있는 건 대부분 책 전체가 아니다
공식 정리표, 아직도 기억나는 도표, 본문보다 더 쓸모 있었던 자기 메모——정말 남길 게 있다 해도 책 전체인 경우는 거의 없다. 몇 페이지가 전부다. 사진을 찍거나 스캔해두면 구백 페이지 속에 파묻혀 있는 것과 실용성 면에서 다르지 않다. 오히려 나중에 검색할 수 있으니 책장을 눈으로 훑는 것보다 찾기 쉽다. 이건 오래된 잡지나 사용설명서를 정리할 때와 같은 방식이다. 진짜 놓기 힘든 건 대부분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몇 페이지다.
한 권씩 말고 책장째로 결정한다
오래된 전공책을 한 권씩 들춰보고 뒤표지를 다시 읽고 담당 교수를 떠올리는 건 지치는 일이고, 애초에 잘못된 단위이기도 하다. 책장 전체를 한 번에 꺼내서 빠르게 나눈다. 남길 것, 팔 것, 줄 것. "내 오래된 책장"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바닥에 그냥 쌓인 더미가 되는 순간, 대부분의 책은 알아서 갈 곳이 정해진다. 놓지 못하게 만든 건 대부분 책장 그 자체였지,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룰수록 값어치가 떨어지는 이유
여기가 많은 사람의 판단을 바꾸는 지점이다. 전공책은 몇 년마다 새 판이 나오고, 새 판이 나오는 순간 옛날 판은 되팔거나 학교 서점에 되팔 때 거의 값이 안 나가게 된다. 내용이 틀려서가 아니라 교수가 최신판을 지정하고 학생들도 그 강의계획에 맞춰 사기 때문이다. 밑줄과 필기가 있으면 값어치는 더 떨어진다. 수업 끝난 다음 학기에는 실제 돈을 받고 팔 수 있었던 책이, 5년 뒤에는 몇 푼 안 되거나 아예 안 팔리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팔 수도 있으니까" 하고 갖고 있는 건, 팔리기라도 하면 다행이고 대부분 지금 바로 처분하는 것보다 더 싸게 파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낼 수 있는 곳
판이 바뀌기 전에 판다. 학교 서점 재매입이나 온라인 중고 전공책 거래처는 개정된 지 한두 해 안이라면 실제로 돈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값어치가 없을 거라 단정하기 전에 한번 확인해볼 만하다.
한두 학번 아래 후배에게 직접 준다. 친구, 동생, 같은 학과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에게 주는 건 가장 빠르고 실제로 기분 좋은 방법인 경우가 많다. 누가 쓸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학과나 도서관 헌책 판매에 기부한다. 일부 학과는 새 책을 살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기증받은 전공책 서가를 따로 두기도 한다. 도서관 헌책 판매도 너무 옛날 판만 아니면 반가워한다.
남는 건 재활용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오래된 판이나 정말로 낡아버린 책은 그냥 종이다. 재활용으로 보내는 건 낭비가 아니다. 그 책의 값어치는 이미 그 학기에 다 쓰였고, 그 일은 이미 지나갔다.
진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놓지 못하는 감정의 정체는 대부분 책 자체가 아니라, "이걸 놓으면 그 돈이나 노력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다.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그때 돈을 낸 건 그 수업과 거기서 배운 것에 대한 값이지, 사백 페이지짜리 종이에 대한 평생 이용권이 아니다. 전공책은 애초에 한 학기용 도구로 존재했다. 그 돈을 기리는 기념비가 아니라 도구로 대하는 것, 그게 실제로 책장을 비우게 만드는 힘이다.
Kept가 도움 되는 지점, 안 되는 지점
전공책은 대체로 중복 구매 문제가 아니라서, Kept가 중심으로 겨냥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관하지도 않다. 새 수업이나 자격증, 새 직장을 위해 지정 교재를 살 때, 집 어딘가에 내용이 거의 겹치는 옛날 판이 이미 있다는 걸 놓치고 사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참고서에 가까운 전공일수록 같은 핵심 교재가 여러 수업에서 반복해서 지정되기도 한다. 돈을 내기 전에 5초만 검색해서 이미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은,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Kept는 원래 더 작고 잊기 쉬운, 나도 모르게 자꾸 다시 사게 되는 것들을 위한 앱이고, 전공책을 포함해서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책장 위에서 몇 달째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들을 위한 앱이기도 하다.
정리가 끝난 모습
죄책감 때문에 책장을 텅 비우는 것도, 전부 다 보내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실제로 참고하는 한 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이어진 한 권은 진짜로 남을 자격이 있다. 나머지는——실제로 쓸모 있던 부분을 담은 사진 몇 장, 매입 카운터나 그걸 더 필요로 하는 후배에게 향하는 상자 하나, 그리고 "전공책을 놓으면 그때 쓴 돈이 의미 없어진다"는 느낌이 조금 옅어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