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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르겠는 리모컨, 실제로 어떻게 할까

서랍을 열면 대여섯 개가 들어 있습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게 한두 개, 나머지는 버튼 글씨가 반쯤 지워진 검은 막대들입니다. 집에서 몇 년 전에 없어진 TV 것일 수도, DVD 플레이어 것일 수도, 천장 선풍기 것일 수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버리지 않는 건 쓸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안 쓸 거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입니다.

왜 이 서랍도 케이블 서랍과 똑같이 채워질까

리모컨은 무게도 거의 없고, 얼마나 오래 방치됐는지도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갖고 있는 게 공짜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나중에 필요했던 걸로 드러난 리모컨을 버린 대가는 구체적이고 성가시게 느껴집니다. 대체품을 사러 다니느라 오후를 다 쓰거나, 폰 앱을 만져봐도 원래 버튼 하나만큼 편하지가 않습니다. 한쪽은 공짜처럼 느껴지고 한쪽은 성가시게 느껴지면, 공짜 쪽이 조용히 이깁니다. 서랍 속 리모컨들은 누가 "남기자"고 결정한 게 아니라, 그냥 "버리자" 쪽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뿐입니다.

물어야 할 건 이게 뭔지가 아니라, 이게 작동시키는 기기를 아직 갖고 있는지

리모컨 하나만 놓고 보면 가치가 없습니다. 존재하는 이유가 다른 기기 하나를 조작하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진짜 물어야 할 건 "이게 뭔가"가 아니라 "이게 작동시키는 기기를 아직 갖고 있나"이고, 다른 정리 판단들과 달리 이 질문에는 대개 확인 가능한 답이 있습니다.

남길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짧게 끝나는 확인법

소파에 앉아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서랍째 들고 집 안을 돌아다닙니다. 하나씩, 그것일 만한 기기를 향해 가장 눈에 띄는 버튼——전원 버튼이나 채널 버튼——을 눌러봅니다. 뭔가 반응하면 2초 만에 답이 나오고, 그 리모컨은 서랍이 아니라 그 기기 옆에 둡니다. 집 안 어디에서도 반응이 없고 뭐였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난다면, 그것도 답입니다. 기기가 이미 집에 없다면 버튼이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소용없습니다. 이제 작동시킬 대상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한 바퀴 돌고도 여전히 정체를 모르겠는 것들은, 오늘 날짜를 적은 작은 상자 하나에 모아둡니다. 정체 모를 케이블을 처리할 때와 같은 방법입니다. 결정을 안 한 게 아니라, 일부러 미루는 겁니다. 다만 끝없는 "혹시 모르니까"가 아니라 기한을 정해서요.

케이블에는 없는 경우: 고장 난 게 아니라 다른 것과 같이 떠났을 수도 있다

케이블이 쌓이는 건 대개 기기가 고장 나거나 새것으로 바뀌었을 때입니다. 리모컨에는 놓치기 쉬운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TV를 팔거나, 남에게 주거나, 부모님 댁으로 보냈을 때, 본체를 옮기는 데 정신이 팔려 작은 리모컨만 깜빡 두고 가는 경우입니다. 기기를 집 밖으로 보낼 일이 생기면, 리모컨도 같이 보내는 습관을 들여두면 좋습니다. 노트북을 보낼 때 충전기를 같이 챙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받는 사람이 따로 사는 수고를 덜고, 나 자신도 몇 달 뒤에 정체 모를 리모컨 하나를 안고 고민할 일이 없어집니다.

"혹시 몰라서, 다시 사면 비싸니까"가 여기서 거의 안 통하는 이유

실제로 뭘 대비하고 있는 건지 계산해 보세요. TV, 셋톱박스, 스피커처럼 흔한 기기의 리모컨은 모델명만 알면 다시 사도 몇 푼 안 들고, 요즘은 폰 전용 앱으로 당장 대신할 수 있는 기기도 늘고 있어서 리모컨을 잃어버리는 게 예전만큼 큰일이 아닙니다. 정말 다시 사기 비싸거나 번거로운 리모컨은 매일 쓰는 기기 것일 테고, 그건 이미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리모컨입니다 — 즉 애초에 정체불명의 더미에 낄 일이 없습니다. 진짜 구분이 안 되는 리모컨은, 거의 정의상, 없어져도 눈치 못 챌 리모컨입니다.

보내기로 한 것들, 실제로 가야 할 곳

먼저 건전지부터 뺍니다. 몇 년씩 넣어둔 채 방치된 건전지는 보관 중에 액이 새서 주변까지 망가뜨리는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리모컨은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소형 전자 폐기물이라, 케이블이나 오래된 충전기와 같은 곳으로 보내면 됩니다. 가전 매장, 재활용 센터, 사무 건물의 수거함 같은 곳입니다. 따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장 보러 가는 길에 한 곳 더 들러 건네주는 정도의 수고면 됩니다.

물건 목록이 도움이 되는 지점

리모컨은 대부분 굳이 기록하지 않는 물건이고,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잃어버리기 쉽거나 중복으로 사기 쉬운 물건들을 위해 이미 물건 목록을 쓰고 있다면, 여기서도 원리는 같습니다. 중요한 건 생김새 설명이 아니라 "어느 기기용인가"입니다. 기기와 짝지어둔 리모컨은 다시는 정체 모를 여분품으로 착각할 일이 없습니다.

"정리됐다"는 게 어떤 모습일까

서랍에 리모컨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남긴 리모컨 전부에 응답하는 기기가 있는 상태, 그리고 정말 정체를 모르는 것만 모아둔 날짜 적힌 작은 상자에 기한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 날짜까지 상자 속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그 "아무도 찾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