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상품권, 기프트카드 잔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품권은 어수선한 물건처럼 보이지 않는다. 서랍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고, 갖고 있다고 해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다른 무언가와 자리를 다투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정리에서도 늘 빠져나갔고, 지갑 안쪽이나 주방 서랍 속에서 받은 생일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잔액과 유효기간을 확인해보고서야, 이미 일 년 반 전에 기한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된다. 손해는 실제지만, 손해가 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정리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왜 다른 물건들과 함께 정리 대상이 되지 않을까
보통의 물건은 갖고 있는 것 자체에 비용이 든다 — 자리를 차지하고,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걸리적거린다. 그 작은 비용들이 쌓여서 결국 스웨터나 가전제품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만든다. 상품권은 갖고 있어도 아무 비용이 들지 않고 방치해도 잃는 게 없어 보이니, 언젠가 결정을 강요하는 그 압박이 애초에 쌓이지 않는다. 지갑의 같은 칸에 계속 남아 있는 건 그렇게 두기로 결정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결정하게 만드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카드는 "버려지는 것"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아무도 싸움을 시작한 적이 없다.
"제대로 된 데 쓰자"는 생각이 함정이 된다
상품권으로 그냥 생필품을 사는 건 왠지 아깝게 느껴진다. 마치 그 카드는 받았을 때만큼 신중한 소비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듯이. 그래서 "이거다" 싶은 순간을 계속 기다리게 되는데,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해서 좀처럼 그런 순간은 오지 않는다. 이건 특별한 날을 위해 뭔가를 아껴뒀는데 그 특별한 날이 끝내 오지 않는 것과 똑같은 구조다.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기준이 있는 한, 사실 필요했던 그 주에 그냥 써버렸으면 될 것을 계속 쥐고 있게 된다. 생필품이나 양말 사는 데 쓴 상품권은 가치를 온전히 다 쓴 것이다. 쓰지 못하고 기한이 지난 상품권은 가치가 0이 된다. 더 나은 용도를 기다리는 건 그냥 써버리는 것보다 신중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위험한 선택이다. 둘 중 가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쪽은 기다리는 쪽뿐이기 때문이다.
가치가 실제로 사라지는 세 가지 경우
안 가는 매장의 상품권. 친척이 좋은 뜻으로 준 체인점 상품권이 집에서 멀거나, 애초에 평소 가는 스타일의 매장이 아닌 경우다. 일부러 그곳에 갈 이유를 새로 만들지는 않을 테니, 열어본 그날 놓아둔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결제 후 남은 소액 잔액. 몇천 원, 혹은 그보다 적은 금액. 일부러 그것 때문에 따로 나가기엔 아깝고, 계산할 때 잔액을 영수증에 찍어달라고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금액이다.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안 쓰이고 끝나는 유형인데, 그 금액만을 위해 일부러 갈 만한 구매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메일함에 묻힌 전자 쿠폰. 디지털 상품권은 존재를 떠올리게 해줄 물리적인 흔적이 전혀 없다. 지갑도 없고 서랍도 없다. 검색해볼 생각조차 안 드는 제목의 메일 속에 그냥 잠들어 있다가, 가끔 검색해보면 한꺼번에 몇 장씩 발견되곤 한다.
각각 실제로 어떻게 하면 될까
안 가는 매장의 상품권이라면 먼저 온라인에서 쓸 수 있는지 확인해본다. 오프라인 매장용으로 받은 카드도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만으로 "안 간다"는 문제 자체가 사라진다. 정말 온라인에서 쓸 수 없다면, 믿을 만한 상품권 매입·양도 서비스를 이용하면 액면가보다는 낮은 금액이지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기한이 지나 가치가 0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실제로 그 매장에 가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도 똑같이 효과적이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소액 잔액은 그 돈에 걸맞은 소비를 기다리는 걸 그만두고, 다음에 어떤 이유로든 그 매장에 갈 때 아무거나 사는 데 그냥 써버리는 게 답이다. 원래 별도의 구매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날 결제 금액을 조금 줄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묻혀 있는 전자 쿠폰은 메일함에서 "상품권", "쿠폰", 그리고 평소 자주 받는 매장 이름으로 검색해보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일 년에 한두 번만 이렇게 해도 생각보다 많은 잊힌 잔액을 찾게 된다.
서랍 뒤지기 전에 잔액과 날짜부터 확인한다
대부분의 매장은 카드 번호만으로도 공식 사이트나 앱에서 잔액을 조회할 수 있다.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기 전에 한 번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 이미 다 썼다고 생각한 카드에 실제로 잔액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별문제 없다고 생각한 카드가 다음 달이면 기한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 조건은 매장마다 다르지만, 유효기간과 오래 안 쓰면 잔액을 조금씩 깎는 휴면 수수료는 대개 카드 뒷면이나 받았던 메일에 적혀 있다. 카드가 다시 눈에 띈 그날 한 번 읽어보는 것이, 그 카드를 쓰느냐 그냥 날리느냐를 가르는 전부다.
"기억하기"보다 믿을 만한 습관
상품권은 생일, 명절, 반품하고 현금 대신 받은 적립금처럼 어느 정도 정해진 시기에 쌓인다. 그래서 그 시기가 지난 직후쯤 일 년에 두 번 정도 확인하는 습관이면, 그대로 뒀으면 기한이 지났을 것들의 대부분을 건질 수 있다. 이건 생각보다 가벼운 습관이다. 가계부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세탁 전에 주머니를 한 번 확인하는 것에 가깝다. 지난번 확인 이후 새로 생긴 카드와 쿠폰을 한자리에 모아 각각 잔액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쓸지, 현금화할지, 넘길지를 정하면 된다.
기록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품권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기록하기엔 너무 사소하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웨터나 가전제품에 "마지막으로 쓴 지 며칠"이라는 개념이 도움이 되는 이유가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요한 건 그 물건 자체가 아니라, 생각보다 오래 손대지 않은 무언가를 알아채는 것이다. 잔액과 어디서 쓸 수 있는지를 짧게 적어 다른 물건처럼 기록해두면, 여덟 달 동안 안 입은 코트와 마찬가지로 눈에 띄게 되고, 어쩌다 한 번 여는 서랍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잘 처리하고 있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지갑에 상품권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선물로 상품권은 계속 생길 것이고, 그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제대로 된 데 쓰자"가 어느새 "기한이 지난 줄도 몰랐다"로 바뀌기 전에, 쌓인 것들을 일 년에 한두 번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 것. 그리고 각각의 잔액이 실제로 쓰이거나, 현금화되거나, 원하는 사람 손에 넘어가는 방식으로 제대로 움직이고, 그냥 기한만 채우며 끝나지 않는 것. 그게 잘 처리하고 있다는 모습이다.